2019년 3월 28일 오후 10:15
왼쪽 볼에는 불이 났다. 이보다 더한 불은 없었다. 최악 중의 최악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나아질 일만 남았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믿어본다. 그리고, 이 글을 토해내면서 내 안의 무언가도 함께 이 여드름들과 함께 후두둑 다 떨어져 나갔으면,
제발 좋겠다.
돌이켜보면 오빠의 거짓말은 처음이 아니다. 농담삼아 늘 이야기 하는 수류탄 에피소드, 친구에게 먼저 연락해놓고 친구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고 하거나, 자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하는 것 처럼 메신저를 보내는 일,
그리고 최근, 취업 준비를 하면서 불합격한 컴퓨터 시험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매일 같이 했다고 카톡을 보냈던
신문 스크랩도 몇 차례 밖에는 하지 않았다고 하고. 쓰지않은 원서를 썼다고 하며, 하지 않은 무언가를 했다고 하는 것.
여기에 더불어 나에게 말하지 않은, 그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거짓말들을 세어보면 아마 별을 세어야 하지 않을까.
오빠는 나 뿐만이 아니라 부모님께도 거짓말을 자주 했고, 나는 그걸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나에게 이 거짓으로 점철된 인생이 다가와 눈을 가리고, 나는 앞을 보지 못한 채로 불안한 외줄타기를 계속해야 했다.
그새 5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고, 무엇이 남았는지 돌아보면, 그것또한 거짓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과,
앞으로 이런 작은 거짓말을 하는 오빠의 습관이 고쳐질 수 있을까 하는 불안, 무엇보다 그 인생으로 내가 들어가면
과연 진심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근원적인 고민까지.
오빠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고 매일같이 학원을 다니던 때조차, 많은 시간 여자친구에게 시간을 쏟아주는 걸
보면서도 순진하게 고마움을 느끼며 내심 기분 좋아했던 내 스스로를 원망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정말 자신도, 그 주변 사람도
그 누구도 책임지고 몸바쳐 부양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지금의 오빠를 원망해야 하는 걸까. 그 조차도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흐릿해지고, 아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