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beauty in and out

여드름은 없어지고 기미가 생기다. 그리고, 제로이드에 정착하다.

heidi_yu 2022. 10. 19. 12:43

나는 여드름 때문에 피부과를 수 년간 자주 방문했다. 기초 화장품도 좋다는 것들로 계속 바꿔가면서 사용했다.
하지만 결국 좋아지지 않았다.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면 원인은 딱 세 가지다. 스트레스, 부족하거나 불규칙한 수면, 식단.

회사생활을 하면서 대인관계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지금은 비즈니스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지금은 누가 뭐라 하든 그 비합리성과 부당함은 결국 그 사람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상한 사람들은 다들 어디론가 떠나고 없다. 남는 건 성격도 좋고 일도 잘하는 사람들이다(물론 편차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어찌보면 하늘이 무심하지는 않구나 생각되는 그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내가 스트레스를 떠안을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다. 변호사 7년차 즈음 이런 생각이 정점에 이르렀으니, 멘탈에 있어서 만큼은 "짬"이 무시할 요소는 아닌 듯 싶다. 아, 그리고 적절한 스트레스 조절을 위해 일주일에 최소 2번 이상은 강도 높은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혼자 살면서 연애를 할 때에는 수면 패턴이 일정하지가 않았다. 이동시간도 필요했고, 데이트(라 쓰고 사랑싸움이라 읽는) 할 시간도 필요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밤 10시 즈음이면 잘 준비가 대략 다 끝난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잠옷을 입고, 조명을 어둡게 하고, 스트레칭을 한다. 잠자리 루틴이 생기니, 루틴을 마치면 바로 잠이 쏟아진다. 아니, 사실 루틴을 시작하는 생각만 해도 잠이 온다. 샤워를 시켜주는 기계가 발명된다면 수백만원이 들더라도 사고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마지막엔 남편에게 굿나잇 인사를 건네고, 긴장 없이 편안한 환경에서 마음껏 숙면을 취한다. 잠의 질이 올라가니, 삶의 질도 좋아졌다.

마지막으로 입맛이 바뀌었다. 맵든, 짜든, 달든, 자극적인 음식이 싫어졌다. 물론 간혹 자극적인 음식이 땡겨서 먹기는 하지만, 그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지금 나와 남편의 소울푸드는 멸치육수 샤브샤브다. 샤브샤브를 집에서 먹기 위해서 1구 인덕션을 구입했다. 먼저 멸치, 다시다, 무를 넣고 가볍게 육수를 우려낸 다음 시판 샤브샤브 육수 조금, 치킨스톡 조금을 넣는다. 그 다음 알배추, 숙주, 청경채, 버섯을 잔뜩 넣고 냉동만두를 넣고 보글보글 끓이다 적당히 익으면 미국산 샤브샤브용 소고기를 두, 세점 씩 빠뜨려 채소와 함께 건져 칠리소스에 찍어 먹으면? 천상의 맛이다. 일주일에 2번 이상 샤브샤브를 먹고 있다. 외식을 하면 밥과 반찬이 어우러진 일본식 가정식을 주로 찾는다. 낫또가 있으면 금상 첨화다. 이렇다 보니, 내 위장은 아마 잠자는 아기처럼 편안한 상태일 거다.

물론, 피부과에서 판매하는 제로이드로 기초화장품을 전부 바꾸고, 출근할 때 화장을 가볍게 하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되긴 했을 거다. 회사에 갈 때 얼굴에는 제로이드 선크림과 샤넬 레베쥬 정도만 살짝 바르고, 다크서클과 기미를 가리기 위해 특정 부위에만 비비크림을 살짝 얹고 있다. 파운데이션, 혹은 쿠션 같은 두꺼운 화장은 하지 않은지 오래다.

쓰다보니 피부는 정말 신경을 많이 써야 좋아지는가 싶다. 누군가 스트레스를 줄이고, 일정한 패턴의 숙면을 취하고, 식단을 조절하고, 일상에서 두꺼운 화장을 없애고, 피부과에서 사용하는 기초화장품을 사용하는데도 피부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건 그저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피부에 신경을 쓰다보니 몸과 정신의 건강이 모두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피부를 포함해서, 나이가 들 수록 내 몸, 그리고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더욱 집중한다. 그것이 결국 나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요새 피부 고민은 나이가 들며 조금씩 볼살이 처지는 것, 그리고 기미가 생겨서 없어지지 않는 거다. 이건 언젠가 적절한 때가 되면 약간의 시술로 해결할 수 있겠지 하고, 지금은 더 생각지 않으련다. 밥먹으러 가야지 총총.